인터뷰

“메타버스는 결국 사람이 살아가는 공간입니다” 『나는 메타버스에 살기로 했다』 서승완 작가가 말하는 메타버스의 진짜 가능성

『나는 메타버스에 살기로 했다』는 영남대학교 메타버스 캠퍼스를 직접 만들고 운영한 경험을 바탕으로, 메타버스 안에서 사람이 만나고 관계를 맺으며 사회를 만들어가는 과정을 담은 책입니다. 서승완 작가는 메타버스를 단순한 기술이나 유행이 아니라, 현실의 관계와 삶을 확장하는 또 하나의 생활 공간으로 바라봅니다.

먼저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영남대학교 메타버스 캠퍼스를 개발하고 운영했고, 현재는 메타버스 관련 회사인 유메타랩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저는 스스로를 메타버스 개발자라기보다는 ‘메타버스 거주민’이라고 소개하고 싶습니다. 메타버스를 단순히 만드는 사람이 아니라, 그 안에서 직접 생활하고 사람들과 관계를 맺으며 가능성을 실험해왔기 때문입니다.

『나는 메타버스에 살기로 했다』를 쓰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책을 통해 메타버스 안에서 실제로 벌어지고 있는 생생한 움직임과 가능성을 알리고 싶었습니다.

메타버스라는 말을 들으면 기술이나 플랫폼부터 떠올리는 경우가 많지만, 제가 경험한 메타버스는 그보다 훨씬 역동적인 공간이었습니다. 사람들이 모이고, 관계를 맺고,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가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이 책을 통해 메타버스에 대한 새로운 관심과 시도가 만들어지기를 바랐습니다.

메타버스 캠퍼스는 여러 사람이 함께 만든 경험이잖아요. 책을 쓰는 과정은 어땠나요?

생각보다 쉽지 않았습니다. 직접 경험했던 일이라도 다시 회고하고 정리해서 다른 사람이 이해할 수 있는 이야기로 만드는 일은 창작에 가까웠습니다.

학생들과 함께 경험한 일이 많았기 때문에 기억이 정확하지 않은 부분은 일일이 물어봐야 했고, 당시 촬영했던 사진들도 다시 정리해야 했습니다.

저는 몰입하려면 혼자만의 공간이 필요한 편입니다. 그래서 어느 정도 자료를 모은 뒤 호텔에 들어가 일주일 동안 거의 글만 썼습니다. 그렇게 집중한 덕분에 많은 분량을 빠르게 완성할 수 있었고 출간 시기도 앞당길 수 있었습니다.

영남대학교 메타버스 캠퍼스를 만들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가장 직접적인 계기는 코로나 팬데믹이었습니다.

당시 학생들은 학교에 가지 못했고 수업도 대부분 온라인으로 진행됐습니다. 그러면서 ‘이게 정말 대학 생활일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대학은 공부하고 시험을 보는 곳만은 아니잖아요. 캠퍼스를 걷고, 친구와 선후배를 만나고, 사람들과 교류하면서 사회를 배우는 것도 대학 생활의 중요한 부분입니다.

그런 기능을 온라인에서도 회복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평소 좋아하던 마인크래프트를 활용해 메타버스 캠퍼스를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약 40명이 함께했는데, 비슷한 생각을 가진 학생들이 하나둘 모이면서 400명이 넘는 규모로 성장했습니다. 모두 대학 생활과 사람을 만나는 경험을 그리워하고 있었던 것이죠.

전공이 철학인데, 어떻게 메타버스 캠퍼스를 만들게 되었나요?

오히려 철학을 전공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생각합니다.

메타버스가 한창 주목받은 이후 많은 공간과 행사가 만들어졌지만, 현실의 행사장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경우도 많았습니다. 가상 공간에 의자만 놓고 현실과 똑같이 앉아 이야기를 듣는다면 메타버스만의 의미를 찾기 어렵죠.

제가 경험한 영남대 메타버스는 달랐습니다.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신입생을 위한 입학식을 만들고, 선후배가 만나고, 그곳에서 형성된 관계가 계속 이어졌습니다.

결국 메타버스도 사람이 살아가는 공간입니다. 사람이 모여 사는 곳에는 관계와 질서, 사회와 문화가 생깁니다. 그런 사회의 모습을 고민하고 밑그림을 그리는 것은 철학의 중요한 영역입니다.

그래서 오히려 철학적인 관점을 가지고 있었기에 메타버스를 기술이 아닌 사람과 사회의 공간으로 바라보고 설계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영남대 메타버스 캠퍼스는 구체적으로 어떤 공간인가요?

메타버스 캠퍼스라고 하면 학교 건물만 가상으로 만들어놓은 공간을 생각하기 쉬운데, 실제로는 훨씬 넓습니다.

영남대 메타버스 캠퍼스에는 실제 학교를 그대로 옮겨놓은 거울 세계와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는 가상 세계가 함께 있습니다.

학생들은 학교 밖에 직접 집을 짓기도 하고, 여러 집을 연결하면서 자연스럽게 도로와 마을을 만들어갑니다. 누가 계획해서 만든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생활하면서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공간입니다.

사람이 모이면 분쟁도 생깁니다. 그래서 규칙이 필요해지고, 물물교환을 하다 보면 화폐가 생깁니다. 상업 활동이 활발해지면서 부자와 빈자의 격차가 생기고, 복지나 부동산 문제도 등장합니다.

현실 사회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메타버스에서도 그대로 나타나는 것이죠.

또 경제학을 공부하는 학생이 경제 정책을 실험하고, 언론을 전공한 학생이 라디오 방송국을 만드는 등 자신의 전공을 실제로 적용해볼 수도 있습니다. 단순히 놀고 소통하는 공간을 넘어 배우고 실험하는 공간으로 발전한 것입니다.

메타버스 안에서도 실제 사회처럼 문제가 발생하나요? 기억에 남는 사례가 있다면요?

가장 큰 문제가 되었던 것 중 하나가 부동산 문제였습니다.

처음에는 넓은 자연 공간을 각자가 개간해 집을 짓는 방식이었습니다. 그런데 누군가 하루 종일 땅을 개간해놓고 접속을 종료했는데, 다른 사람이 그곳에 집을 지어버리는 일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분쟁이 계속 발생하면서 운영진이 해결 방법을 고민했습니다.

결국 메타버스 안의 토지를 일정한 크기로 나누고 주소를 부여했습니다. 모든 토지를 운영진이 관리하는 방식으로 바꾸고, 메타버스 내 화폐를 이용해 토지를 구입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현실로 비유하면 토지를 국유화한 뒤 분양하는 시스템을 만든 셈입니다. 소유권을 확보한 뒤에야 해당 토지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면서 분쟁을 줄일 수 있었습니다.

이런 과정을 보면 메타버스가 단순한 게임 공간을 넘어 작은 사회처럼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을 실감하게 됩니다.

앞으로 메타버스는 어떻게 발전하고 변화할 것이라고 보시나요?

코로나 이후 메타버스에 대한 대중의 관심은 한동안 줄어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산업 자체는 이전부터 계속 성장해왔고, 앞으로도 발전할 것입니다.

오히려 팬데믹을 통해 많은 사람이 메타버스의 가능성을 직접 경험했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더 빠르게 발전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영남대 메타버스 캠퍼스 역시 코로나가 끝나가는 시점에도 이용자가 계속 늘었습니다. 학생들은 여전히 그곳에서 친구를 사귀고 선후배를 만납니다.

특히 흥미로운 변화는 메타버스에서 시작된 관계가 오프라인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메타버스에서는 처음 만날 때 서로를 아바타로 보기 때문에 현실에서보다 외모나 조건에 대한 선입견이 적습니다. 그래서 더 쉽게 관계를 시작하고 많은 경험을 함께할 수 있습니다.

그 관계가 현실의 만남으로 이어지면 오히려 더 깊은 관계가 만들어지기도 합니다.

저는 앞으로의 메타버스가 현실을 대신하는 공간이라기보다 우리의 삶과 관계를 확장하고 풍부하게 만들어주는 또 하나의 거점으로 발전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